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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번. 실용적 독서/▶ 자서전

[Book] 공부도둑


아마 작년 이맘 때 읽었던 책인 듯하다. 오늘 서재를 정리하면서 유난히 이 책에는 여기저기 접혀있는 곳이 많고 스티커가 붙여있는 곳도 있고 형광펜으로 칠해져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알록달록한 형광펜 속의 활자를 하나하나 주의깊게 읽어 보았다. 정말 쉽게 써지는 그런 글들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오랫동안 묵히고 묵히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던 것 같은 그런 글들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기쁜 마음이 들었다. 조만간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 할 책인 듯 하다. 물리학자이면서 때로는 철학자이기도 한 장회익 선생님의 수필과도 같은 이 책에서 70년의 노하우와 생각을 다시 한 번 배워보고 느껴보고자 한다.

아래 글들은 형광펜 속에서 빛나던 구절이다.

제대로 사람을 만들려면 온실에서만 길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에게 배운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그 응용이 무궁한 법이다. 더구나 곤궁하고 어려운 일은 사람의 심지를 굳게 하고 솜씨를 원숙하게 만드는 법이다."

나는 단지 남의 창고에 들어가 물건을 훔쳐내는 도둑이 아니라 학문의 창고에 들어가 앎을 훔쳐내는 도둑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나를 규정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있다면 앎 도둑, 조금 좋게 말해 '공부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심오한 이론을 접하게 될 때 마치 단순한 용어나 수식에 걸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우리는 모두 좋은 칭찬과 격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공적 자체에 아주 적절한 것이 아니라면 효과가 별로 없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 아무리 칭찬해 주어야 칭찬받는 사람은 이미 그것이 과장이라는 것을 안다. 이것은 기분을 북돋울지 몰라도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위의 사례에서 권 기사의 칭찬과 격려는 진정 내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을 인준해주는 것이었으므로 나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배움을 위해서라면 나이 어린 자식에게 배우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는 학구적 자세가 그것이다. 남 앞에 머리 숙이고 배운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자신이 직접 수행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것을 아버지는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내게 가르쳐주신 것이다. 아마 예수가 자기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사례가 이와 비슷한 일일 것이다.

물리학 전체에 대해, 그리고 이와 연결된 개별과목에 대해 그것이 담고 있는 핵심적 내용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고 그 잠정적 결론을 자기 언어로 서술하라. 그리고 학습이 진행되는 대로 이것에 대한 수정, 보완을 수행해 나가되 그 핵심은 반드시 유지하라. 이렇게 할 경우 설혹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핵심은 항상 파악할 수 있으며 이것 만으로도 최소한의 학점관리는 해 나갈 수 있다.

책 한 권만 잘 읽으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을 120퍼센트 이해하라고 했다. 여기서 120퍼센트라는 것은 저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20퍼센트까지 더 얹어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자기가 주체가 되어 학습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후 학습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더 이상 역사는 열정만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지성만으로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목숨을 아끼지 않을 열정과 함께 역사를 꿰뚫어보는 혜안이 요청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과연 그 일을 감당할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지성을 함양시켜 왔는가? 그리고 이것을 통해 역사를 살아가고 있는가?
아직도 그는 내 속에서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그의 얼굴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외치고 있다. 나를 부활시키라!

혁명적인 새 아이디어는 기존의 틀에서는 전혀 수용할 수 없고,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해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문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나는 무슨 학문을 하겠다. 어떠한 문제를 풀어보겠다 하고 생각한 뒤 학문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연한 흥미에 따라 학문을 시작하고 보니 자기가 하고있는 학문의 내용이 점점 명확해지고 또 자기가 추구하고 싶은 문제도 더 뚜렷해지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계획을 미리 하고 싶어도 학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으면 계획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학문을 해나가면서 물음을 던지는 일 자체가 이미 학문에 크게 한 걸음 들어 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고수와 고수 사이에는 서로 알아보는 언어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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